기사입력 2012-12-27 오전 9:41:00 | 최종수정 2012-12-27 09:41
“광주의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이기는 역사를 준비하겠다. “대선 참패 후 민주당 광주광역시 선대위 관계자가 내놓은 변명이다. 그 관계자라는 인사는 광주시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잘못하면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그러면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이어갔다. 변명하고 스스로 나약함을 고백한 사과문이다.
역부족을 자인하는 사과문을 들은 시민은 다시 한 번 더 분개했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역부족을 드러낸 진영이 무슨 재주로 “광주의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이기는 역사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분노와 비아냥이 섞인 격한 반응이다. 수권 능력 한계를 드러낸 민주당을 향한 시민의 반감은 강도를 더해간다. 언제까지 광주는 민주당의 볼모가 되어야 하느냐는 외침이 하늘을 찌른다.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거의 모든 표를 헌납한 곳은 호남뿐이다. 서울은 지지 표심이 미온적이었다. 호남과 서울을 제외한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문 후보는 외면당했다.
자신의 부산 선거구와 봉하마을에서 조차 박근혜 후보에게 뒤졌다. 연고지에서 홀대받은 문 후보를 호남인은 사족을 못 쓰고 몰표를 헌납했다. 호남의 허탈감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문 후보의 위대함에 이끌려 표를 몰아준 것인가. 그렇지 않다. 민주당 텃밭 심리에다 반 여당 정서가 가세해 나온 결과다. 민주당의 볼모 역할을 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민주당은 국민이 눈 흘기는 구태를 털어내지 못했다. 이게 근원적 패인이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과 지식인들이 한결같이 새 정치의 틀을 짜라고 목 놓아 외쳤지만 마이동풍이었다. 오히려 ‘노빠’를 강조하고 패권의식을 강화시키며 꿈적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좋은데 민주당은 싫다”는 말이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광주의 한 언론인은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수 없어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사람 좋게 보이는 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런 민주당의 꼴을 보면서도 호남인들은 민주당 후보에게 모든 유권자의 표를 모아 바쳤다. 80% 전후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몰려들어 전국의 투표 참여를 이끌었다. 민주당에 대한 뿌리 깊은 애증은 묻지 마 표심을 확장시켜 나갔다.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해서였다. 여론조사 결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비율이 50%를 조금 넘는다. 호남인은 거의 모두 교체를 갈망했다. 이번 대선 투표에서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18대 대선 후 정치 풍토 혁신은 피해 갈 수 없다.
이번 선거 결과는 혁신의 예고편이었다. 소위 안철수 현상이 전 국민의 의식을 지배했고 합리적 비판을 거쳐 대선 승패를 가르는 잣대가 되었다. 새누리당은 무섭게 새 정치 궤도에 진입할 것이다. 민주당은 분열할 것이 틀림없다. 제3의 정치세력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이제 호남인이 정치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민주당만을 위한 맹신은 이제 거둬들여야 한다. 구태를 벗지 못하는 민주당에 콘크리트 같은 지지를 보낼 이유가 없다. 지역적 생리상 새누리당과 발맞춰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신뢰와 안정감을 심어주는 신정치세력 쪽으로 호남 민심은 쓰나미처럼 쏠려갈 개연성이 높다.
민주당에 대한 극심한 염증이 반사작용을 일으키면 새로운 텃밭이 형성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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