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야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고 주장해왔으나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권력의 비정상적 수호'로 윤석열 정권은 눈감고 귀를 막은 채 정권을 연명해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적나라한 육성이 담긴 '윤석열-명태균' 녹취록 등장에 여권은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는 듯하다. 

민주당이 공개한 윤-명 녹취록에서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했고,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라고 화답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5월 10일 김영선 전 의원은 실제로 공천됐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공천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9조에 따르면 "공무원, 기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당 공천 불법 개입을 수사했던 윤 대통령이 이를 모를리 만무하다. 녹취록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도 황당하다.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대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으므로 본인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또, "그저 명씨에게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해 좋게 얘기한 것"이라며, 이해되지 않는 해명으로 무마하려 하거나 시종일관 남 탓하기에 급급해 더욱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윤 대통령에 대한 논란과 탄핵 여론은 집권 이후 끊임없이 등장했다. 무능한 국정운영·외교 참사·친일 행보·안보 위협·국가재정 위기 등 수많은 사안들이 윤 대통령이 과연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의 배우자인 김건희여사는 학력위조·허위경력 논란·비선실세 논란·뇌물수수·주가조작 등 셀 수 없는 의혹에도 검찰 수사조차 비껴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이 '김건희왕국'으로 전락했음을 개탄하며 국민들은 탄핵을 부르짖었으나 검찰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는 윤 대통령 부부의 나라에선 소용없었다.

이번 공천개입 사건은 김 여사로 인한 것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직접적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대통령 권력을 이용해 특정인을 국회의원에 당선시키려던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과 헌정질서를 흔드는 위중한 사안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열린 '검찰해체·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언대회'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조국혁신당은 지난달 26일 첫 장외집회인 ‘검찰해체·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언대회’로 이미 탄핵 열차에 시동을 켰다. 민주당도 지난 2일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이라는 주제로 첫 장외집회를 열어 대정부 투쟁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다만, ‘탄핵’을 강조하는 조국혁신당에 비해 ‘특검’을 강조하는 민주당은 아직 좀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특별검사)을 지속 거부하고 특감(특별감찰단)을 주장하는 여당 대표, 공천개입 증거에 침묵하는 검찰과 언론. 거대 제1야당이 더 이상 신중할 이유가 있을까. 여론은 이미 성날대로 성났고, 민심은 8년 전 그때처럼 촛불을 향하고 있다. 특검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의 죄를 낱낱이 밝힌 후 탄핵을 하는 것은 검찰과 언론이 합심해 윤건희 정권을 수호하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탄핵이 먼저 이루어지고 윤건희 비호 세력이 제힘을 발하지 못하게 됐을 때 특검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조국혁신당이 탄핵열차에 시동을 켰다면,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탄핵열차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공천개입’이라는 명백한 탄핵트리거가 등장한 바로 지금,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의 탄핵열차에 본격 탑승해야 한다.

                                                                                                                                                    뉴스호남 길도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