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경제위기는 상위 10%에 부가 집중돼서 소비의 주체인 중하위층 90%의 소비 여력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기술공학과 소프트웨어의 발달, 자동화와 후발국의 저임금노동으로 인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내려갔지만, 중하위 90%의 소득이 그것보다 더 떨어져서 경제위기가 도래했다.

상위 10%가 아무리 많이 소비해도 중하위 90%의 소비를 대체할 수 없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소비를 늘리는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중하위 90%의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직원의 임금을 인상하는 것도 중하위 90%의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는 현실에서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똑같은 처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화 때문에 무한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계속되면 국가의 재정과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때문에 어떤 국가와 기업이라고 해도 나 홀로 이루어지는 소득 증대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지속 가능한 경제를 이루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지난 40년 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부의 재분배를 단행하면 된다.
온갖 통계수치들이 나타내는 것처럼 상위 10%의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중하위 90%의 부는 그에 비례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들은 성장의 대가를 독식했지만,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 부의 불평등이 초래한 폭력시장의 확대와 새로운 형태의 인종차별 같은 사회적 비용은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왜곡된 언어로 프레임이 설정된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는 해고된 실업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질이 보장됐을 때만 유효하다. 그 외의 경우에는 자본의 이익을 보존하기 위한 정치 사회적 살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가 형편없고,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나라일수록 노동시장 개혁은 소득 증대에 맞춰져야 하고, 그와 동시에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부의 재분배를 단행해야 한다. 중하위 90%의 목을 조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 동안의 폭주와는 정반대로 가는 것만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경제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방법은 다 시도해봤지만, 그 결과가 작금의 경제 대 침체가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로 가야 하고 그 길로 가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야 한다. 2008년에 시작된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북유럽의 복지선진국들은 분명한 성공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성공한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다. 경제의 선순환으로 접어들기 위해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 같은 모든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후생을 하향 평준화하는 노동 유연화는 미국과 영국, 일본과 독일 등에서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 난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된 현실에서 사상 최고의 내부유보금을 싸놓은 기업들에 또 얼마나 많은 내부유보금을 쌓아주려고 노동시장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왜 수많은 국가에서 실패로 드러난 정책을 밀어붙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을 개혁하기 전에 중하위 90%의 소득 증대와 복지 및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한 로드맵부터 내놓아야 한다. 부를 독식하는 동안 나누려 하지 않고 위험만 떠넘겨 온 자본과 기업을 위해 지난 70년을 희생했으면 충분하다. 이제는 중하위 90%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을 중동으로 내몰 생각만 하지 말고, 의무급식을 중단할 기회만 엿보지 말고, 복지 사각지대를 늘릴 정책만 강행하지 말고,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할 압력만 가하지 말고, 중하위 90%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