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3분의 2에 근접한 177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63년 만에 야당 불참 속에 21대 국회를 개원했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누어 맡았던 관행을 민주당이 깨고 독식하려는 횡포 때문이다. 민주당의 독주와 오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당선인이 광주시장과 8명의 당선인이 함께한 광주시 현안 점검 자리에서 먼저 가겠으니 대충 회의를 끝내자는 식의 언행을 보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아가 광주·전남 광역과 기초의회 원 구성에도 끼어들어 비난을 사고 있다. 

 광주·전남 지방의회가 민주당 일색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의장단 선거를 앞둔 광주·전남 광역. 기초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을 대상으로 의장단 선출에 관한 지침을 통보했다. 의장단 후보 선출 방법을 시·도당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 참관 아래 당론으로 결정하고, 그에 따라 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지침의 주된 내용이다. 이와 함께 금권·향응 제공이나 타 정당과의 야합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고 의장단 후보가 선출되면 즉각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사전에 의장단 후보를 단일 인물로 조율해서 다른 당 후보가 선출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차단하라는 지침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민주당 의원과 소수정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역민들도 싹쓸어 모아준 민심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비판 대열에 선 의원들은 “의회 독자적인 자율성이 침해당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민생당·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소수정당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 의원은 “지방의회 의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민주당 대장’ 뽑는 선거로 만들려고 한다”며 “민주당은 우리를 뽑아준 지역민을 무시하는 망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모든 의원이 참여하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신임 의장단을 뽑는 게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의장단 선거가 1개월여 앞둔 시점이어서 후보들 간 물밑선거전이 펼쳐지고 있었던 터라 민주당의 이번 지침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더불어민주당의 독주 행보 속에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나눠 먹기 등 각종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고 계파 간 갈등 조짐도 보이고있다.

 광주시 남구의회의 경우가 계파 간 갈등 양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11명 의원 중 9명이 민주당 소속인 남구의회는 상반기 의장단 및 상임 위에서 자리를 독차지했다. 그런데도 하반기 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민주당은 두 계파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광주 동남갑 경선 과정에서 떨어진 한 후보자를 지지하는 세력과 현 의장단을 지지하는 세력 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들린다.

 현재 후반기 의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2명을 제외한 4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현 의장단을 지지하고, 나머지 2명의 의원은 낙마한 당시 후보자의 세력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1명 의원과 민주평화당 2명 의원이 어느 쪽에 합세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광주 북구의 경우 나누어 먹기의 전형을 보이고있다. 북구의원 20명 가운데 15명은 민주당 소속이며, 3명은 무소속, 민생당과 민중당은 각각 1명씩이다. 상반기에는 남구처럼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독점했으며 지역구가 ‘갑’인 의원은 의장과 의회 운영위원장, 안전도시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을’에서는 부의장과 행정자치위원장, 경제복지위원장을 맡았다.

 후반기에는 의장단은 갑과 을이  맞바꿀 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후반기 의장단 자리에 다음 차례인 민주당 의원 후보군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자리싸움’을 막으려고 사전에 조율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그동안 관행대로 이뤄진 민주당 독점체제 속에 지역구 ‘갑·을’ 구도가 노골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정한 과정을 거쳐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의원들로 의장단을 구성하는 게 원칙이고 주민이 바라는 방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의를 대변하는 의원들의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이 선출되어야 옳다. 그러나 민주당 일당독점체제의 광주·전남에서는 중앙당이 지방의회를 조정하고 소수 정당은 발붙일 수 없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돼버렸다. 이런 꼴 보려고 지역민이 전폭적 지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이 나은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는 지역민은 배심을 느낀다.

뉴스호남 길래환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