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혁신도시에 유치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던 ‘4세대 방사광가속기’국책사업이 충북 오창으로 낙착되고 말았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물론, 전남도민과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전남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고 있는 전남도만큼 좌절감과 경악의 감정이 강하진 않을 것이다. 여러 조건에서 비교우위에선 나주가 우선 대상으로 선정될 것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이 일찌기 조성되어 도민들의 기대가 잔뜩 부풀어 있었다.

게다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총선 1주 전 광주에 내려와 가속기 전남유치를 공약까지 했기 때문에 철석같은 믿음이 깔려있었다. 발표 이틀 전 청주와 나주가 우선 검토대상으로 최종선정되자 나주 유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3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희망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작심하고 부당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조용히 일 처리하는 선비형이라는 평을 받고있는 김지사가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검토를 요구하자 그의 강단진 모습에 진정성과 용기가 돋보인다는 평이 뒤따랐다.

김지사는 결론적으로 나주에 다른 형태의 방사광가속기를 하나 더 유치해달라는 해법까지 제시했다. 국민의 이해가 엇갈린 국책사업이 일단 결정 나면 번복이나 재검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현실성을 고려해서 문제는 있으나 최적지인 나주가 배제된 것은 부당함으로 새로운 모델을 하나 더 설치해달라는 것이다.
 김영록 지사는 8일 입장문을 통해 입지선정 전 과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납득 할 수 없는 만큼 세부적인 평가 결과공개와 재심사를 강력히 요청했다. 평가기준에 하자가 있으므로 결과를 공개하고 재심사를 해달라는 게 첫 번째 주문이다. 그런 후 나주에 하나 더 구축해달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김영록지사의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는 논리적이다.

잘못이라는 결론을 공감할 수 있는 근거가 뚜렷하고 대안은 합리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과기부가 방사광가속기 공모를 진행하면서 접근성 등 입지조건(50%)에 과도한 점수를 배정하고, 전남도와 당선인·시·도민들이 수차례 '평가항목과 기준의 개선'을 강력요구 했음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김 지사가 지적한 것처럼 평가 기준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1, 2위 최종 점수가 충북 청주 90.54점, 전남 나주 87.33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현장평가 점수와 지역균형발전과 분산배치, 한전공대 연계 등을 감안하면 나주가 최고최적지인 것이다. 또한, 방사광가속기가 '나주 한전공대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방사광가속기를 선정하면서 수도권 접근성과 현 자원 활용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반영했다"며 "부지 입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서면과 발표로 평가를 끝내고 현장 확인은 하자 유무만을 확인하는 등 현장평가 결과가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김영록지사가 대안으로 제시한 방사광가속기 추가 구축은 타당성 있는 주장이다.

 

국가과학기술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오창의 가속기만으로는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최종후보지 두 곳을 살려 신소재용 큰 가속기는 나주에, 생명과학용 작은 가속기는 청주에 설치하는 것이 합리적 방법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광주광산을)에 따르면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구체적으로 확인한 내용"이라면서 "지난해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산업무역 규제 이후 방사광가속기 논의가 본격화했다. 부지가 작은 오창에 3.5 GeV(6000억 원) 작은 가속기를, 부지가 큰 나주에 6GeV(1조2000억 원) 큰 가속기를 구축하자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었고, 청와대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고 말했다.

이어 "당초에 방사광가속기는 나주에 설립될 한전공대가 제 역할을 하려면 필수적이어서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었는데 과기정통부가 공모를 통해 방사광가속기 설치를 모든 지역으로 개방해 버렸다" 고 밝혔다.
4.15총선에서 민주당 싹쓸이 표심을 안겨준 전남도민들은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며 김영록지사의 대안을 받아들일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지역사회단체와 당선인들까지 합세해 반정부 여론이 고조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뉴스호남 길래환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