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으로서 겪은 아프고 힘든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복지를 개선하는데 힘쓰겠습니다”
시각장애인 1급 최삼기씨(64)는 지난 1952년 나주군 공산면 백사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재학 당시 눈물이 자주 나고 눈이 부시고 앞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삼눈이라는 병에 걸린 최씨는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면허가 없는 동네 비전문가에게 수술을 받은 게 화근이 됐다.
수술 후 안구가 터져버린 최씨는 더 이상 안구가 자라지 않아 그때부터 시각장애인의 삶을 살게 된다. 학교엘 다닐 수가 없어 학업을 포기하고 매일 집안에 갇혀 생활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현실에도 적응해 부모님의 일손을 돕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늘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던 최씨는 우연히 친구로부터 광주에 세광학교(시각장애인 학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에게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말을 꺼낸다.
그러나 최씨의 부모는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들을 홀로 타지에 보낼 수 없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도 최씨의 학구열을 막지는 못했다. 며칠동안 밥을 굶고 부모님과 대화도 하지 않고 무언의 시위를 한 것이다. 마침내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낸 최씨는 세광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과정 까지 마치게 된다.
어렵게 고교졸업장을 손에 쥐었지만 최씨의 학구열은 더 뜨거워졌다.
대학 진학을 바랐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고 그 당시 대학들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마땅히 입학할만한 학교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대학진학을 포기한 최씨는 진로를 바꿔 1년만에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해 지난 1975년부터 안마사 일을 시작하게 된다. 꾸준히 안마사일을 하던 최씨는 임금도 적고 일자리도 불안정하다는데 한계를 느끼고 더 큰 꿈을 안고 1991년에 서울로 상경한다. 서울에 도착한 최씨는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익숙하지 않는 환경탓에 여기저기 부딪히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넘어지는 등 어려움을 이겨내고 안마사로 취직하게 된다.

안마사 일을 하면서도 대학을 진학하지 못한 것에 항상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던 최씨는 드디어 지난 1995년 방송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한다. 그리고 4년뒤 졸업, 못다한 꿈을 이뤘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최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갖고 총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수료를 마치고 장애인 복지에 발 벗고 나선다.
대한안마사협회 임원과, 한국학생점자도서관 관장 등 시각장애인들의 복지에 힘써온 최씨는 지난 2012년에 광주에 내려와 서구장애인복지관을 개관하고 지금도 장애인들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지역 특수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누리 합창단을 만들어 발표회를 통해 장애학생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있고, 주 5회 서구 관내 증증장애인 31세대에 도시락 배달 등 장애인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는 최씨는“내년 정년퇴직 후에도 장애인들의 인권 개선과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위해 어떠한 일을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