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을 막아야 하는 문재인 대표의 안간힘이 매우 힘겨워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정치를 보는 문 대표의 인식에 있다.
“참여정부 호남 홀대론은 물론 기대에 못 미쳤을 수는 있으나 의도적으로 호남을 홀대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적으로 지난 대선 경선 때,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저에 대한 공격 논리로 주장됐던 것이다. 친노 패권주의라든지 또는 영남 패권주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이는 문 대표가 광주에서 호남권 기자들과 가진 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의 호남 민심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라면 정말 심각하다. 그를 보좌하고 그에게 민심을 전하는 창구가 제대로 있는지 아니면 모든 민심을 왜곡하여 전하는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이번 인터뷰는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제대로 된 진찰이라야 처방도 제대로인데 진찰부터가 틀렸다.
특히 문 대표의 심각성은 그동안 자신이 이전에 했던 말을 잊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대선과정이었던 2012년 9월 27일 광주·전남 핵심당직자 간담회에서 “참여정부 시절 호남에 큰 상처를 주었다”며“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 그렇다면 이전의 사과는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거짓 사과’였다는 것이다. 이번의 발언이 그의 진심이라면 이는 또다시 호남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더구나 참여정부 당시 나왔던 호남 홀대론의 근원도 문 대표는 알고 있지 못하다. 실상 노무현 정권을 만든 호남은 노 전 대통령의 “호남이 나 좋아서 찍었나? 이회창이 싫어서 찍었지.”라며 “호남에 일 원 한 푼도 더 줄 생각이 없다”라든지의 즉석 발언 들에서 이미 상처를 입었다. 그런 가운데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를 영입, 영남발전특위를 구성하는 등의 행보, 여기에 문재인 본인의“영남 정권, 부산 정권”발언 등의 시너지 효과 때문에 호남 홀대론이 증폭되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을 통한 김대중 격하작업과 민주당 분당을 통한 열린우리당 창당, 이때 열린우리당에 합세하지 않은 민주당 세력을 ‘호남토호 잔민당’으로 몰아붙이면서 지역 차별을 시도했던 점이다. 그리고는 이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제안 등을 통한 영남 바라기 극대화가 노출되었다. 유시민의“영남 1표는 호남 10표와 맞먹는 효과”발언 등 대통령부터 노무현 정권 핵심들의 호남 상처 주기 발언들이 에스컬레이트된 것이다.
솔직히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함께 이를 받아들이면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발언은 총 궐기하여 정권을 만들어 낸 호남을 홀대한 가장 확실한 근거다. 이런 제안을 한 노 대통령에게서 호남인들은 90년 3당 야합을 주도했던 YS를 떠올렸다. 즉 영남 1군과 영남 2군의 통합을 요구한 것으로 보였다. 패권적 영남 권력의 공고화, 이것이 당시 호남인의 눈에 비친 노무현의 대연정 구걸이었다.
그래서 참여정부 막판 노 전 대통령 지지율은 5.7%까지 내려갔다. 그것은 노무현을 만든 주력부대, 즉 97%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시킨 호남 유권자가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제안한 때문이었다는 점을 문 대표는 애써 모른 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 대표의 호남 관련 발언만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매우 안일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특히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하는 사고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여진다.
“전대에서 불출마를 약속했다. 지난 총선 때 영남뿐 아니라 서울에서 13곳, 강원도 3곳, 충청도 2곳, 이렇게 5% 이내에서 아깝게 졌던 곳이 23곳이나 된다. 이런 지역을 이겨내게 하는 것이 대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내용은 김영춘 부산시당 위원장이 문재인 안철수 등이 부산에서 출마하는 정면승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 것을 두고 기자가“내년 총선에서 부산에서 출마하라는 여론도 있다.”라고 질의한 데 대한 답변이다. 그런데 이 답변에도 정말 문제가 있다.
물론 당 대표니까 당의 후보가 승리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현재 문재인 본인의 역량이 그럴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큰 문제다. 문 대표는 혹여 지난 대선의 48% 득표가 모두 자신의 능력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자신이 지원하면 5%이내에서  아깝게 졌던 지역에서 역전 당선을 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4.29재보선에서 문재인 본인이 가진 모든 역량, 심지어 동교동계 노인들에게 읍소하여 지원유세를 끌어냈음에도 광주는 물론 수도권 텃밭이라는 지역구에서 단 한 곳도 이기지 못했다. 이는‘문재인은 득표력이 없다’는 단언도 가능한 결과다.
사실상 정형화된 수치로 나타난 것은 없으나 친노 유권자, 즉 문재인의 견인에 표를 행사할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10~15%라는 설은 정설이다. 이는 유시민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노무현 팬덤 현상의 대선후보 지지율의 한계치가 그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최대 지지율 수치가 20%에 근접했으며 문재인이 전체 1위를 할 때 최대치가 20% 안팍이었다. 그러나 수년간의 여론조사 평균치를 냈을 때 유시민-문재인 평균 지지율은 10~15%다. 결국, 노무현 간판으로 장사 하면 전체 손님의 15%만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또한 정의당과 양분되어 있으므로 문 대표의 견인으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얻을 수 있는 표는 보이지 않는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지금의 문재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팬덤을 가진 김대중은 새정치국민회의를 이끌고 총선에 나섰다. 당시 김 총재는 자신의 비례대표 순번을 14번으로 하고, 14번의 마지노선을 지키면 정계복귀와 신당 창당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당시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는 지역구 66석, 전국구 13석 합 7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전국구 14번이었던 김 총재는 낙선했다. 그러나 당시 총선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김종필이 이끌었던 자민련이 50석, 새정치국민회의의 창당에 동참하지 않고 통합민주당을 지킨 이기택의 민주당이 15석, 무소속이 무려 16석의 당선자를 내면서 여당인 민자당을 과반수에 한참 부족한 139석만을 차지하게 하므로 다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의 결과는 DJP 연합의 의한 정권교체였다. 따라서 이런 여러 상황을 보더라도 문 대표의 인식은 현실과도 역사와도 매우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을 수 없으므로 동떨어진 인식을 강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짓을 참으로 치환시키려는 것이다.
정말로 문 대표가 야권의 선거승리에 목마르다면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을 내놓고 부산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야권 내에 ‘친노’라는 단어가 회자되지 않도록 하고‘영남패권’이란 단어가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문 대표가 말한 정동영 천정배 손학규 등이 다 합세한 세력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정동영 천정배 손학규 등에게 총질하여 상처를 입히고 쫓아낸 친노 홍위병들의 패악질이 근절되어야 문 대표가 말하는 하나의 야당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