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이 16일 가결 요건보다 7표 많은 찬성 148표로 통과됐다. 새누리당은 실익을 얻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새정치민주연합이 표결 참여를 결정한 순간 새누리당은 단독 처리 '날치기'라는 비난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난을 모두 피해갔다. 
표결과도 여야 모두 절묘한 해석을 낳게 했다. 
만약 이날 인준안 결과가 찬성 ‘155표+알파’로 나왔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역반란표(찬성표)가 주목을 받으면 야당의 내분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준안 결과를 보면 가 148표 / 부 128표 / 무효 5표가 나왔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24명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는 가정하에 새누리당 155명 중 7명이 '반란표'를 던졌다는 말이 된다. 본회의 참석 새누리당 의원(155명)보다 찬성표(148표)가 적게 나오고 반대표(128표)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124명)보다 많이 나오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탈표가 상당수 나온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는 표 대결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소연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됐다. 표결에 참석한 것도 전략상 먹혀들었다. 당론으로 반대를 정하고 충청권 의원들 중심으로 역반란표가 예상 밖으로 많이 나왔다면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정치는 자율투표 방침으로 정하고 반대를 권고했고 무기명 비밀투표 상 개표에서 역반란표는 나오지 않았다. 지도부가 역반란표가 나올 것을 대비해 자율투표 방침이라는 예방조치를 내렸는데 다행히도 결과도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충청 지역 의원들에게도 반대표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충청 민심을 거스른 모양새도 피했다. 
   새누리당은 이탈표가 나오긴 했지만 날치기라는 비판을 피하면서 이완구 지키기라는 실익을 챙겼다. 앞서 문창극, 안대희 총리 지명자보다 의혹이 많고 거짓말을 했다는 도덕적 흠결까지 겹치면서 국민 여론이 악화됐지만 끝까지 ‘능력 있는’ 이완구 후보자를 내세웠고 목표를 관철했다.  
다만 역으로 보면 여당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를 했고 야당이 무기력하게 끌려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안으로 야당이 앞으로 국회 일정 보이콧까지 감안해 표결에 불참했을 경우를 생각할 수 있었지만, 지도부는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강윤 시사 평론가는 "이미 표결에 참여한 이상 앞으로 국회 일정 보이콧 같은 버티기를 할 수 없고 보이콧을 했다면 날치기 강행이라는 명분으로 싸울 수 있지만 앞으로 힘든 점을 알고 표결에 참석한 것"이라며 "만약 새정치가 표결에 불참했다면 노마크 상태에서 문전을 내준 것처럼 무방비 상태로 표결 처리를 지켜봤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본회의에 참석하고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나왔지만, 가결이 된 것만을 가지고 반쪽총리라는 비난을 피해가기에는 너무 상처가 크다. 국민여론 으로 보면 이미 반쪽총리가 된 것이다. 다만 정치적 결정에 대해 비난 여론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절묘한 표 결과 때문에 묻혀 있지만, 문재인 대표의 여야공동여론조사 제안은 입방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지난 13일 스스로 "이 후보자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당의 입장이 매우 곤혹스럽다. 우리 당은 번번이 국정 발목 잡는 것 같은 그런 모양을 원하지 않지만, 국민은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품격있는 총리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고육책으로 여야공동여론조사를 통해 이 후보자를 인준하자고 제안했지만, 실효성도 없고 전략도 보이지 않는 우스운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여야 공동여론조사가 가능하다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수 있지만, 국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새누리당이 수용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모험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대표의 제안이 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불투명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후보자의 총리 부적합 여론의 논점을 흐리게 한 '전술적 미스'가 되고 새누리당에 ‘불필요한 친절’을 베푼 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