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6일자 최신호에서 아이들이 미래에 속할 계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부모의 양육 방식이라며 빈곤층 가정 교육에 1달러를 쓰면 최대 16달러까지 효과가 나타나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미국 메릴랜드주 다운타운 베데스다에 사는 샤나(12)는 일주일에 4번 발레 교실에 나가고 주 2회 히브리어를 배운다. 엄마 수잔은 성공한 공무원으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유아 교육 비디오인 '베이비 아인슈타인'을 보여주고 명문 학교에 딸을 보내는 등 교육에 열성적이다. 회계사인 엄마를 둔 나탈리아(4)는 3살 위인 언니가 공부하는 것을 보며 자신도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 엄마 베로니카는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살에 배움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석사 학위까지 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녀들의 학교 성적과 출결 상황 등 학습 참여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에들린(Edline) 사이트에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베데스다는 워싱턴DC 인접 지역으로 주민의 소득과 교육 수준이 미국 상위 1% 수준이다. 이곳은 가계소득이 미국 평균의 3배 가까운 연간 14만2000달러에 달한다. 25세 이상 주민의 84%가 대학 졸업자로 미국 평균인 32%를 크게 웃돈다. 이 지역에서는 엄마와 아빠 모두가 양육과 관련된 책을 읽고 교육 강좌를 수강하는 등 아이 교육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웨스트버지니아주 캐빈 크리크 지역은 베데스다와 사뭇 다르다. 이 지역의 연간 소득은 미국 평균의 절반인 2만6000달러며 대졸자는 전체 주민의 6%에 그쳐 소득과 교육 수준이 미국의 하위 10%에 속한다. 자녀 셋을 둔 멜리사는 아들이 학교 숙제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놀러나가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남편이 자녀 셋을 남겨 두고 사망했고 자녀들은 영양 장애를 겪고 있다. 그녀는 정부 지원금 월 420달러에 기대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아이의 대입시험 점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블룸버그

 

지난 반 세기 동안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즉석식품이 확산되며 미국인의 노동시간은 줄고 양육시간은 늘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집안일에 쏟는 시간은 1965년에 비해 주당 8시간이 줄었다. 미국인들은 늘어난 여유시간을 자녀와 함께 보내는데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주당 4시간, 남자는 4시간 반을 아이 돌보기에 더 썼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접시 닦는 것보다 보상이 더 크기 때문에 이는 전반적으로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부모의 계급에 따른 아이의 교육 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부모의 계급에 따른 양육 격차 때문이다. 1995년 캔자스대 연구에 따르면 전문직 부모를 둔 아이들은 시간당 2100단어를 듣는데 비해 육체 노동자 가정의 아이들은 1200단어, 빈곤층 아이들은 600단어를 듣는데 그쳤다. 캘리포니아대학 L.A. 캠퍼스(UCLA)의 연구에 따르면 부유한 가정의 부모들은 저소득층 부모보다 아이들과 주당 3시간을 더 이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차이는 대학입학 자격시험(SAT)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부모 중 한쪽이 대학원 학위를 갖고 있는 학생의 경우 2400점이 만점인 SAT에서 부모가 고교 중퇴자인 학생보다 평균 400점을 더 득점하는 엄청난 격차를 보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양육 방식과 아이의 천성이 학습 능력에 각각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말하기 어렵지만 대개 두 가지 요인이 같은 방향을 통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똑똑한 부모들은 자녀에게 유전자를 물려주면서 좋은 학교 근처에 집을 사는 등 지적인 능력을 발달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 두 가지 모두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 한 쪽에서는 헬리콥터처럼 아이 주변을 맴돌며 자녀 일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이 생기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의 교육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무관심 맘이 생기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헬리콥터 맘보다 무관심 맘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이코노미스트는 "학교에 돈을 들이는 것보다 아이의 인생 초기에 투자해야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웨스트버지니아에서 0~3살까지라는 뜻의 '제로 투 쓰리'라는 기관이 빈곤층 가정에 부모 교육 전문가를 보내 교육 격차 해소에 힘쓰는 사례를 소개했다.5살인 릴리는 18개월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제로 투 쓰리' 전문가가 릴리의 상태를 진단한 결과 아이의 지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릴리의 엄마에게 책상 위에 종이를 찢어 흩어 놓은 다음 딸에게 빨대로 바람을 불어 날리게 하라고 조언했다. 이 놀이로 입 근육이 강화된 릴리는 쉬지 않고 이야기한다. 웨스트비지니아에서 시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가구당 연간 1800달러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취학전 아동 교육에 들인 비용 1달러가 아이의 건강이나 학습능력 개선 등으로 최대 16달러까지 효과를 내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 개선 효과는 지속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에 미시간주에서 빈곤층 어린이를 무작위로 선정해 유능한 교사에게 지도를 맡기고 매주 가정 방문을 하게 했다. 그러자 1년 뒤 아이들은 대조군에 비해 지능지수가 10포인트나 상승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10살이 되면 서서히 사라졌다. 결국 부모의 양육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조기 가정교육의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조기 가정 교육이 아이가 자제력과 인내라는 유용한 기술을 배우는데 도움을 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