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하이트진로)가 세계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 시즌 첫 승리를 메이저 대회로 장식하며 최저타 신기록을 작성하며 ‘메이저 여신’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인지는 18일(한국시각)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47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 우승상금 48만7,500달러) 4라운드에서 2타를 더 줄여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로 2위 박성현(23·넵스)의 추격을 4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라운드 공동 선두에 이어 2라운드부터 단독 선두를 지킨 처음부터 끝까지1위 우승이다.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메이저 정상에 올랐고 LPGA 데뷔 시즌 첫 승이다. 그는 지난해 초청 선수로 참가한 US오픈에서 L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이번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통산 2승을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올리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지금까지 LPGA투어에서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한 선수는 1998년의 박세리(39)뿐이었다.전인지는 또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 우승도 이뤘다. 21언더파로 종전 LPGA투어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 우승 기록인 19언더파를 넘어섰다. 제이슨 데이(호주)가 작년 PGA챔피언십에서 세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20언더파)도 넘어 남녀 통틀어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의 대기록 주인공이 됐다.  

무엇보다 그토록 갈망하던 데뷔시즌 첫 승 이어서 더욱 감격스러웠다. US오픈 우승으로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신인답지 않은 빼어난 실력으로 신인왕을 예약한 상태이지만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15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3회, 3위 3회 등 톱10에 9차례나 이름을 올렸던 그는 마침내 첫 우승을 메이저 왕관으로 장식하며 화룡점정에 성공했다.우천으로 티업 시간을 2시간이나 앞당긴 4라운드에서 전인지는 4타차 선두로 박성현 펑산산(중국)과 동반 플레이를 펼치며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샷으로 시종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켰다. 전인지는 보기 없이 3번 홀(파4)과 8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2타를 줄이며 LPGA투어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와 PGA 투어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을 차례로 경신하며 전반 홀을 21언더파로 마무리했다. 후반전은 사실상 전인지의 우승이 확정된 분위기였고 오히려 준우승을 둘러싼 2위 싸움이 치열했다.

박성현과 펑산산의 싸움에 유소연(26·하나은행)까지 가세해 업 치락 뒤 치락 했다. 그들과 달리 전인지는 한결 여유로웠다. 실수 없이 파 행진을 이어가다 14번 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져 한 타를 잃기도 했지만, 별반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계속된 15번 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한 뒤 홀컵에 바짝 붙여 버디를 낚아 잃은 타수를 만회했고 이 홀에서 박성현이 이글을 할 때는 박수를 쳐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전인지는 이후 나머지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하며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특히 18번 홀(파4)에서는 보기 위기에서 3m 파 퍼팅을 성공시켜 신기록 달성으로 우승을 자축했다. 대한민국선수들은 공동 2위를 차지한 박성현과 유소연 외에도 이날 6타를 줄인 김세영(24·미래에셋)이 14언더파로 5위, 1타를 줄인 김인경(28·한화)이 12언더파로 6위에 자리해 톱10에 5명이나 이름을 올리며 골프 강국 대한민국의 위세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