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 최종 라운드가 벌어진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파72·6m6,20야드)은 세계적인 코스 설계의 명장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전 세계에 걸쳐 설계한 베스트 코스만을 집대성한 코스다. 프로 선수들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정작 경기를 펼친 선수들은 혀를 내두른다.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은 올해도 호락호락하게 한국여자골프의 내셔널 타이틀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날 최종 라운드의 그린 스피드는 대회 기간 중 가장 빠른 4.0m로 설정됐다. 나흘간의 대회 최종 리더보드에는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서른 번째 한국 골프의 여왕은 혼전 속에서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븐파를 기록한 '베테랑' 안시현(32·골든블루)이다. 이날 3언더파 69타를 기록한 안시현은 이븐파까지 타수를 끌어올려 '디펜딩 챔피언' 박성현(23·넵스)을 한 타차로 꺾고 내셔널 챔피언에 등극했다. 2004년 MBC·XCANVAS 여자오픈 골프대회 우승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안시현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2억5000만 원을 받아 단숨에 상금 순위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특히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4년 시드를 보장받아 당분간 출전권 걱정 없이 투어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전반 보기 없이 5번 홀(파3)과 6번 홀(파5)에서 나란히 버디를 낚은 안시현은 10번 홀(파5) 버디로 정연주(24·SBI저축은행) 김소이(22·동아회원권)와 함께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안시현의 우승 원동력은 이 골프장의 악명 높은 '곰의 지뢰밭(베어 트랩)'으로 불리는 후반 12~14번 홀에서 타수를 잃지 않은 것이었다. 안시현은 세 홀을 모두 파로 마쳤지만 정연주는 3타, 김소이도 2타를 잃었다. 한 때 공동 선두 대열에 합류했던 이민영(24·한화)도 12번 홀에서만 두 타를 잃어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안시현은 16번 홀(파3)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15m 퍼트가 그대로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시현은 "잘 붙여서 편안하게 파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버디가 나오면서 '됐다'는 느낌이 왔다"며 웃었다. 12번 홀에서 한 타를 잃었지만 그래도 베어 트랩을 잘 버텨낸 박성현은 한 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먼저 끝낸 안시현을 끝까지 압박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한 타를 극복하지 못하고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다섯 살 딸(그레이스)을 안고 기뻐한 안시현은 시상식에서 역대 우승자의 축하를 받았다. 한국여자오픈 초대 우승을 차지한 강춘자 KLPGA 부회장을 비롯해 김미현(1995년, 1996년)과 장 정(1997년)이 현장에 나타나 직접 안시현을 축하했다.프로 7년차 김초희(24)는 2014년부터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코스 레코드(5언더파 67타)를 한 타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