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와 위협으로부터 현직 경찰관 한 경위의 신변보호를 위해 JTBC 뉴스룸은 특종보도를 뒤로 미뤄야 했다. 권력의 핵심에서 가해지는 압박 때문에 최모 경위가 자살한 상황에서 특종보도를 뒤로 미루는 대신 한 경위의 안전(취재원 보호)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JTBC 뉴스룸의 결정은 압도적인 힘을 지닌 국가공권력이 현직 경찰관까지 극심한 불안에 빠지고 신변의 위협으로 느껴지는 나라가 2014년의 대한민국이 됐음을 말해준다. 국가공권력이 정권의 안위를 위해 작동하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박정희의 유신 시대와 전두환의 군부독재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JTBC 뉴스룸의 결정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언론의 자유와 자기 방어권이라는 기본권마저 작동하지 않는 나라가 됐음을 의미한다. 지상파 3사는 물론 다른 방송사들을 믿을 수 없어 오직 JTBC 하고만 통화를 한 한 경위가 느끼고 있을 신변의 위협은 자살한 최 경위가 느꼈을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공권력이 민주주의와 헌법을 유린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지, 아니면 모든 혼란의 중심에 있는 청와대 인사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상태에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도록 할 것인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국정조사나 특검을 논하기 전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그것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국가공권력이 국민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회유하고 위협하고 죽이는 일을 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을 끝까지 수호하려고 할수록 정윤회 문건의 파장은 정권의 운명을 풍전등화로 만들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해지려면 청와대가 정말로 떳떳하고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이 국정 농단을 한 사실이 없다면, 대통령이 먼저 문제의 인물들을 현장에서 격리해야 한다. MBC의 보도처럼, JTBC가 진실을 왜곡한 것이라면 청와대의 고소로 민형사상 책임은 물론 그에 대한 국민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문고리 3인방이 대통령의 뒤에서 옥쇄를 선택한 것이라면 대한민국과 국민의 희생은 더욱 커질 것이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은 바보가 아니며, 행동할 수 있는 모든 권력의 원천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았다면 그 자라에서 내릴 수 있음도 국민의 권리이며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정윤회 문건에 언급된 인사들을 현장에서 배제할 때 비로써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고, 정윤회 문건의 유출과 내용의 사실 여부를 밝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