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키다리아저씨’에서 재능기부의 선구자까지 많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광주 재능기부센터 사무처장 장우철씨(49).
장씨는 광주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살았다. 지난 1994년 회사 동료였던 부인을 만나 결혼하고 여느 부부처럼 장씨도 첫 아이를 갖게 된다. 출생 후 몇일이 지나 아이가 황달 증세가 보여 병원에 찾아간 장씨는 의사로부터 정밀검사를 해보자는 말을 듣는다. 검사 결과 장씨는 첫째 딸이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말을 듣게 된다. 장씨는 무척 당황했고 왜 나에게 이런 아이가 태어났을까 라는 자책과 딸에 대한 미안함이 교차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설상가상으로 아이의 심장도 좋지 않아 서울의 큰 병원에서 수술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수술을 무사히 마친 딸이 건강을 회복하자 어린이집을 보내봐야겠다고 생각한 장씨는 몇주에 걸쳐 광주 남구 관내 어린이집 20군데 이상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봤지만 장애를 가진 딸을 받아주는 유치원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그때부터 장씨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장애인들의 권익 구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던 장씨가 시민사회운동가로 변신한 것이다. 장애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1,000여명의 장애인 부모들과 함께 광주 장애인 부모연대를 설립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장씨는 광주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대표를 겸임하면서 전국적인 집회에 참석하고 국회, 중앙부처 등에 장애인인권을 개선해 달라는 투쟁을 시작한다.
이같은 사회활동으로 인해 독거노인과 다문화가정 등 소외 계층에도 관심을 갖게 된 장씨는 2002년 다문화지원 네트워크 협의회, 국제 청소년 교류 협회를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장씨는 우연히 미국의 지역재단 시스템의 전문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이런 시스템을 우리 지역사회에 정착해 기부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한다. 고민 끝에 장씨는 모든 시민 단체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2012년 발기인 300여명과 함께 전국 최초로 재능 기부공유센터를 설립한다.
'기부' 라는 단어에 대해 사람들이 금전적인 부담을 느끼는 사회분위기가 컸던 탓이다.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설립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기부자들이 잘하는 재능을 기부와 연계시키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어 4년이 지난 현재는 한해 후원금 3억과 의료, 법률, 문화예술, 교육 등 여러 직종의 4,000여명의 재능기부자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나눌 수 있는 것들은 함께 나눠보자’라는 취지로 사람들이 안쓰는 물건들을 기증하면 각종 SNS를 통해 알려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는 공유센터도 운영중에 있다.
선진국의 기부 문화를 지역사회에 정착시켜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장씨는
“시대적인 트렌드인 ‘공유’를 활성화 시키고 한단계 나아가 공유경제에 대해 선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나눔 문화가 확산돼, 지금보다 밝고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