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은 폭우와 안개 등으로 경기가 지연되고 한 라운드가 취소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 홀로 독주를 하며 원맨쇼를 펼쳤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18언더파를 몰아쳐 54홀 코스 레코드까지 세웠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고도 우승컵을 손에 쥐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을 훌훌 털어버렸다.

이정은은 최종일 데뷔 후 처음으로 챔피언조에서 경기했지만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2타차 단독선두로 출발해 1번 홀(파4)에서부터 버디를 낚으며 질주했다. 이어 4번 홀(파5)에 이어 6, 7번 홀 연속 버디 그리고 9번 홀(파5) 버디로 전반에만 보기 없이 5타를 줄이는 맹타로 2위 박성원과 격차를 5타차로 벌리며 우승을 일찌감치 예약했다. 후반 들어서는 1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1m에 붙여 버디를 잡아 상승세를 이어간 그는 13번 홀(파4)에서 보기를 했지만, 이후 파 행진을 이어가던 이정은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챔피언 퍼팅을 버디로 장식하며 짜릿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순천 출신인 이정은은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출전하느라 프로 데뷔가 1년 늦었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이정은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끝난 다음 주 KLPGA 준회원 테스트에 합격했고 2주 뒤 출전한 KLPGA 3부 점프 투어 10차 대회에서 프로 첫 우승을 일궜다. 이 우승으로 KLPGA 정회원 되어 시드전에 나서 KLPGA투어에 뛸 자격을 따내며 초고속으로 1부 투어에 데뷔했다. 드라이버로 250야드를 날리고 페어웨이 안착률이 80%나 될 정도로 안정적인 샷을 자랑하지만, 그린 근처만 가면 자신이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어프로치 샷 연습에 매달렸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끝난 올해 첫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7위에 오르더니 마침내 첫 우승으로 연결됐다. 우승상금 1억2000만 원이다.

4살 때 아버지 이정호(53) 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되는 등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3학년 때 주변의 도움으로 골프채를 잡은 이정은은 소문난 효녀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상금과 계약금으로 고향 순천을 떠나 골프 환경이 비교적 좋은 경기도 동백지구로 이사했다. 비록 전세지만 넓은 집에서 가족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며 이정은은 “올해는 더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좋은 집을 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치열한 준우승 경쟁에서는 박성원이 14언더파 202타로 단독 2위, 이소영이 3위(13언더파 203타)를 차지했다. 김효주는 10언더파 206타로 김해림 김자영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고 장하나(25)는 공동 6위(9언더파 207타)로 대회를 마쳤다.